고라쿠엔

아사히 강을 가로 지르는 쓰키미바시 다리를 건너 남문으로 들어갔다.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다이묘 정원으로 일본의 3대 정원의 하나라는데 유독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순위의 기준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잠시 영주가 되어 지친 몸과 마음을 정양하는 느낌으로 느릿느릿 돌아보고 싶은 바람은 너무 많은 관광객에 묻혀버린다. 화창한 가을에 화사한 기모노 차림으로 결혼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미래의 부부들은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의 카메라 세례로 또 다른 의미의 추억을 쌓고 있다. 고라쿠엔 내는 총 4,300평으로 탐방로를 따라 걸었을 때 2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면적이다. 정원 중앙의 사와노이케 연못을 중심으로 불당, 차밭, 정자, 언덕 등이 둘러싸고 있으며, 구석구석에 작은 규모의 숲들과 유적터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영주가 이곳을 찾을 때 기거하였다는 엔요테이 정자는 사와노이케 연못, 평면적인 정원에 입체감을 부여한 유이신잔산, 오카야마 성과 이름 모를 먼 산까지 차용된 멋진 장소였다. 가을에는 야간 등불이 밝혀져 또 다른 신비를 자아낸다는 안내문을 읽으면서, 관광객인 나는 상상으로 밤을 대신한다. 슬슬 다리도 아프다. 정문을 향해 걸음을 옮기다보니 또 다른 국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화에 집착하는 일본인들.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돌아가면 루스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을 꼼꼼하게 다시 읽어야겠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