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즈 가문의 별저 센간엔

호텔에서 가고시마 중앙역까지 노면전차를 타고 왔다.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 찬 역은 활기찼다. 역 앞에서 출발하는 가고시마 시티뷰버스 티켓을 구매해서 버스에 몸을 싣고 새로운 일정을 시작했다. 버스는 가고시마의 명소 앞을 하나씩 지나간다. 주로 메이지 유신과 관련된 인물들의 무덤과 동상이다. 역사와 문화의 길로 접어들자 전국시대로부터 에도 시대까지 이 지역을 다스렸던 시마즈 가문의 거주지였던 쓰루마루 성터를 시작으로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나 시로야마 공원의 정류장에 멈춰섰다.

시로야마 공원의 전망대는 가고시마상징인 사쿠라지마의 경치를 내려다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한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는 전망대까지의 구불구불한 오르막길 앞에서 올라가지 말 것을 주문한다. 사이고 다카모리의 자결동굴도 그냥 지나쳤다. 그의 일생을 모르면 가고시마를 답사하는 의미가 없을 듯 도처에 그의 자취가 남아있다. 돌아가서는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라도 봐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육중한 동상을 바라보면서 준비도 없이 나선 나에게 면제부를 주었다.

시로야마공원을 지나 오늘의 답사지인 센간엔에서 내렸다.

입구에서 한글판 안내서를 챙겼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보아야할지 모르는 우리는 안내서의 초심자용 추천코스를 따라 정원을 돌아봤다.

10대 시마즈 미츠히사가 에도시대 초기에 지었다는 센간엔은 그리 높지 않은 산자락에 자리했다. 뒷산의 자연을 배경으로 삼고 가고시마만을 연못으로 사쿠라지마의 당당함을 눈앞으로 끌여들인 장대한 정원이다. 넓은 대지 위에 단아하고 정갈하게 배치된 목조건축물, 그 사이에 조성된 넒은 잔디밭과 인공 연못, 잘 손질 된 정원수 작은 석등, 기이한 바위들은 일본 정원이 주는 정갈한 멋이 느껴졌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정원은 일본의 남쪽 현관 사쓰마답게 곳곳에 중국대륙과 류큐 문화(오사카 문화)의 요소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아주 깔끔했고 나무 그늘은 시원했다.

 

반사로 터

시마즈가의 역대 당주를 모셨다는 쓰루가네 신사 앞에 널찍하게 마련된 주차장을 지나 왼쪽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철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에라? 이건 뭐지 내키지 않지만 읽어본다. 사쓰마번의 근대성의 자랑거리란다. 영국과의 전쟁에서 사용 되었고 그 위쪽에는 철제대포를 제조하기 위한 용광로 터인 반사로 터가 있다.

잠깐 들러보고 내려와 잠보모찌가게로 향했다. 해경선생님이 이곳에 오면 꼭 먹어봐야한다고 했다. 모찌를 주문하니 서비스로 차까지 내준다. 내리쬐는 해는 정원구경도 그만두라는 듯 뜨겁지만 에어컨 아래서 맛본 모찌는 달콤하여 내어주는 차와 어울렸다.

 

정문

솟을대문처럼 우뚝 솟아 녹나무로 만들어진 정문 상부 중간에는 시마즈가의 문장이라는 마루쥬몬이 새겨져있다. 마류주몬은 동그라미 안에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어전(저택)

센간엔의 핵심이라는 어전으로 들어가려니 빨간색 석문이 이채롭다. 지붕을 사쓰마 특산품인 주석으로 만들어서 이문의 이름은 스즈몬이라고 한다. 색과 자태가 너무 예뻐서 기념사진을 찰깍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번주의 방은 모두 야쿠시마 삼나무로 특히 옹이가 없는 목재로 만들어졌단다. 옹이가 지지않고 야쿠시마의 삼나무는 도대체 몇 년을 사는 것일까?

어전은 그냥 눈으로 구경만하고 어전 앞 가장자리에 섰다. 사쿠라지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히 환상적이다. 주변의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을 정원 안으로 끌여 들여 시시각각 변하는 사쿠라지마를 내 것으로 삼고 바람에 넘칠 듯이 출렁이는 푸른 물을 맘껏 즐긴 번주의 풍류는 막강했던 권력의 다른 이름이라는 생각에 마냥 찬사만을 쏟을 수는 없었다.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니 사쿠라지마의 봉우리가 다채롭게 변화한다. 두려움을 모르고 쉼없이 연기를 뿜어내는 사쿠라지마는 가고시마의 심장같다. 건강하고 참을성을 갖고 우직하게 신의를 지키며 최후를 마감했던 사이고다카모리를 봉우리에 그려본다. 위대한 사쿠라지마 그 말밖에!!

정원 구석구석을 살피면서 교쿠스이 정원에 이르렀다. 위쪽으로 중국풍의 대나무 숲이 있고 물길을 파놓은 자그마한 정원을 찾았다. 웬 포석정? 일본에도 그런 풍류를 즐겼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이도쿄다리를 지나 오카테이 기념품 가게를 둘러봤다.

오랜 시간을 걷고 감탄하다보니 다리도 슬슬 아프다. 전망좋는 찻집에 앉자 느긋하고 편안하게 사쿠라지마의 변화를 바라보다가 나가고 싶다.

케쥬얼하다는 레스토랑 마즈카제켄에 들러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맛은 평범이하였지만 여운은 길었다.

다시 버스를 탔다. 가고시마항에 내렸다. 이제 멀리서 바라보던 사쿠라지마의 화산재를 직접 맞으로 사쿠라지마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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