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원

올리브 나무의 개화시기는 5월에서 6월 까지다. 작은 꽃들은 피자마자 바로 약한 바람에도 흩어져버린다. 그래서 만개한 꽃을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가을, 휘어진 가지에 달려있는 작은 열매라도 보자는 욕심으로 찾은 곳이다.

쇼도시마, 이 섬은 일본에서 최초로 올리브를 재배한 섬이다. 올리브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 살고 있다. 엄청 많은 올리브 나무가 가지를 넉넉하게 벌리면서 맞아 주었다. 그리고 이곳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올리브의 환대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원의 여기저기를 거닐면서 주렁주렁 메달려 익어가는 과실을 탐하다가 수령 100년이 된 나무 앞에 섰다. 이 한그루의 묘목에서 일본 올리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올리브오일 정어리 등의 절임가공에 쓰이는 올리브오일을 자급자족하겠다는 한사람의 집념이 쇼도시마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강렬한 태양의 빛, 완만한 경사의 재배지, 바다에서의 부드러운 반사광등 올리브 재배에 적합한 환경이 쇼도시마에는 갖추어져있었던 것이다. 올리브 재배에 성공한 일본인들은 인공적인 조형물을 설치해 이곳을 에게해로 만들어 놓았다. 바다가 있고 밀로스의 흰 풍차가 올리브잎이 살랑거리는 구릉에서 관광객을 맞는다. 비너스도 있었고 신전도 있었고 아고라도 있었다. 철학자들의 도서관까지 있었다. 일본인들의 모방에 의한 창의성은 세토나이카이의 쇼도시마에서도 관광객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녀배달부 키키가 되어 빗자루를 타고 날라서 인생샷을 건지라고 유혹하고 있다. 너도 나도 빗자루 한자루 씩을 들고 거대한 풍차를 돌면서 공중 부양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우스우면서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세토나이해가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레스토랑에 갔다. 산지에서 직접 생산 된 오일을 사용해 만들어 낸 파스타는 신선하고 풍미가 넘치고 맛있었다. 가격도 서울보다 착했다.

올리브원을 산책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후루샤토무라에 들렀다. 400년 역사를 가진 쫄깃한 일본식 수타 소면의 제조 공장이다. 시설 체험도 가능하고 구매도 가능한데 소면의 가격은 국수 값으로는 너무 높았다. 국수 만드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시간에 맞추어 직접 국수를 제조하는 과정을 볼 수도 있다. 식당은 문이 닫혀있었지만, 하얀 실타래인양 가닥가닥 가지런하게 늘어진 국수는 바닷바람에 몸을 맡긴 체 다이어트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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