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스키해변에서의 모래찜질

해는 망설임없이 자신의 세를 과시하는 한 여름, 모래 속에 파묻혀 견디는 일은 어떤 기분일까? 걱정 반 기대 반. 그래도 자주 통증을 호소하는 무릎에 두툼하게 모래를 올리고 견디어준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는 바람에 무게를 싣고 유카타로 갈아입었다. 타올을 챙기고 표지판을 따라 해변 찜질 장으로 나갔다.

바다는 시원하게 펼쳐졌고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온다. 검은 모래가 깔려있고 천막이 쳐져있다. 삽을 든 직원들은 땀을 훔치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안내된 자리에 누워 타올로 얼굴을 감싸고 유카타자락을 잘 여미면서 큰 대자로 자리에 누웠다. 준비를 끝낸 우리들 위로 뜨거운 모래가 한삽 한삽 올려진다. 적당량의 모래가 올려 질 때까지 눈은 감았으나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이 인다. 상상보다 모래는 육중했고 열기는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나를 시험한다. 50도 이상이 된다는 검은 모래를 덮고 10분을 견디면 몸속의 노폐물이 쫙 빠진다는데, 풀기 어려운 문제를 앞에 두고 한계를 시험당하는 기분이다. 모래를 털고 벗어나고 싶지만 지금 아니면 이런 호사를 누리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조금 씩 버티어본다. 입술을 깨물고 살포시 고개를 움직여 옆에 누운 해경선생님을 훔쳐본다. 5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땀을 흘리며 인상을 쓰고 고통스런 표정이다. 천막아래서 나는 이열치열의 이치를 찾아내야 상황이 끝나기라도 할 것처럼 자못 심각해하고 있다. 아스라이 펼쳐진 푸른 바다와 점점이 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바라본다. 몸에 좋다니 고통스러워도 노래 한곡만 부르고 나가자는 생각을 한다. 땀과 열기, 내리누르는 무게 때문에 노래는커녕 쑤셔대는 무릎을 움직이기도 버겁다. 아줌마답게 장하게 15분을 버티고 빠져나오니 먼저 일어난 해경선생님이 셔터를 눌러대고 있다.

간이 목욕탕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모래만 털어내고 노천 온천장으로 갔다. 넘실거리는 바다가 보이고 병풍처럼 아늑하게 온천장을 감싸고 있는 산들은 선계가 이곳이란 말을 전한다. 평화롭고 여유롭고 살아있음이 기쁘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랑이 더 중요하다드니 맞는 말이다. 통하는 사람과 아늑하고 따끈하게 즐기는 온천욕은 몸과 마음에 상쾌함 이상을 주고 계속 좋다 라는 말을 반복하게 한다. 이제 가벼워진 몸만큼 고파진 배를 돌봐줘야 된다. 온센타마고 한 개와 차가운 음료수로 요기를 한 다음, 여름철 별미라는 나가시 소멘을 먹으러 갔다.

 

나가시 소멘

우리가 찾은 곳은 이부스키시에 운영하는 도센쿄 협곡의 나가시소멘집이다. 넓은 홀에 시원하게 폭포소리 들리고 비 소리도 가세하는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한낮이었다. 번호표를 받고 테이블로 안내되어 빠르게 회전하는 단순한 기계장치를 신기해하며 바라본다. 이 계곡에서는 섭씨 13도의 차가운 물이 하루에 10만톤 이상 솟아난다. 넘쳐나는 차갑고 맑은 물을 이용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겠다는 공무원의 아이디어는 지금은 황금 알을 낳는 회전기계가 되어있다.

일본인들이 세밀하고 정교하단 이야기는 여기서도 엿보인다. 반짝이는 머리는 가졌지만 마무리에 서툰 우리나라 사람과 조금 아둔해 보이지만 집요하다 싶을 만큼 꼼꼼하게 파고드는 일본인들. 성향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특수 제작된 회전기계 앞에서 잠시 평소의 거친 내 생각이 비죽 고개를 내민다.

젓가락을 회전하는 물속에 삶아진 소멘과 함께 집어넣었다 빼면 소멘이 딸려 나온다. 살짝 간장소스에 찍어 후루룩.. 목넘김이 서늘하다. 단순한 맛에 여름 더위마저 물러난다.

무한 리필되는 소멘을 실컷 먹었다. 물소리와 나무가 선사하는 시원함에 편안한 기분으로 느긋하게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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