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원시림이 가장 잘 보존된 섬 야쿠시마로 간다. 미야자키하야오 감독이 이 섬을 방문하고 원령 공주를 그려낼 수 있었다하니 가기 전부터 그 모습을 상상하며 큰 기대를 하게 되었다.
가고시마의의 돌핀 항에는 페리 승선장이 두 곳이 있었다. 가기 전에 미리 방문해서 꼼꼼하게 시간을 체크하고 아침 일찍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해왔으니 망정이지 무척 난감한 상황에서 헤맬 뻔 했다.
중간 기착지인 우주기지에 들르는 연구원들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등산복 차림으로 백을 벤 사람들로 선내는 복잡하다. 트렁크를 든 사람은 많지 않다. 현지 일본인들은 왕복 8시간 정도로등산이 가능해서 아침 일찍 왔다 다시 가고시마로 돌아간다고 한다.
페리가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드넓은 바다로 나간다.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는 멀어지고 긴코만은 하얀 주름이 겹친 듯 은빛으로 반짝인다. 오늘도 쾌청이다.
우리나라 다도해와는 달리 섬은 많지 않고, 짙은 색을 가라앉힌 바다라는 커다란 용기는 군청색 길로 이어진다. 미야자키감독이 전하려고 했던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 가능한 방법은 단순히 자연을 지키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인데 그 숲은 어떤 모습이기에 그는 그곳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봤을까? 기억 속의 원령공부를 소환하면서 상상을 키우기도 하고ㅡ 졸다 깨다를 반복한 사이 미야노우라항에 도착했다.
여행을 위한 정보가 필요하니 지도도 얻고 숙소까지 가는 길도 알아볼 겸 항구에서 조금 떨어진 환경 문화촌 센터로 갔다.
야쿠시마는 일본 규슈 오스미 반도에서 남쪽으로 60㎞ 정도 떨어진 섬이다. 섬 면적은 제주도의 3분의 1에 조금 못 미치는 504㎢. 섬 둘레는 약 132㎞로 오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작은 섬이지만, 높이 1936m인 미야노우라다케 산이 우뚝 솟아 크고 작은 봉우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산맥을 이루고 있다. 항구에서 둘러보니, 어떤 산은 봉우리까지 드러나 보이면서 즐비한 삼나무 능선들이 하늘과 접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산들은 허리에 구름을 두르거나 흐릿하게 비쳐 신비감을 더해준다. 사방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많은 수증기를 향유한 바람은 결국 산봉우리를 넘지 못한 체 산허리에 걸려 운무가 되었다가 비로 변한다. 그래서 이곳은 일 년 365일 중 350일 비가 내린단다. 높은 강수량으로 아열대림은 울울창창해졌고, 자연은 스스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매일처럼 비가 온다는 이곳에서 오늘은 운수가 좋다. 머리 위에서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숙소에 짐을 풀고 렌트카로 야쿠시마 섬 탐방에 나섰다.